《이성자: 지구 저편으로》
2024.4.20 – 11.24
아르테노바(ArteNova, Castello 5063, 베니스)
내 그림의 본질은
이 지구의 가장 멋진 풍경이라고 할까?
재료와 물체가 기하학적인 ‘생명’이 되는
우리의 공간. 절대(絕對)?
- 이성자의 시에서 발췌, 1980
한국근현대미술연구재단 KoRICA (Korean Research Institute of Contemporary Art), 이성자기념사업회, 그리고 갤러리현대는 2024년 베니스비엔날레 국제 미술전(Biennale Arte)의 공식 병행전시로 오는 4월 20일부터 11월 24일까지 베니스 아르테노바(ArteNova)에서 이성자(1918-2009)의 개인전 《이성자: 지구 저편으로》를 개최한다. 이성자는 김환기, 유영국과 함께 한국 추상미술의 선구자로 평가되는 유일한 여성 작가이다. 60년 화업 전반에 걸쳐 동양의 철학적 세계관인 ‘음양오행’의 개념을 뿌리로 삼은 이성자는 1951년 자신의 두 번째 고향인 프랑스로 이주해 그곳에서 익힌 서양화 형식에 고유의 정신을 녹여내며 동서양의 예술적, 문화적 배경을 혼합한 추상화를 탐구했다.
《이성자: 지구 저편으로》는 이성자가 작고한 해인 2009년 이후, 한국과 두번째 고향으로 여겼던 프랑스가 아닌 해외에서 열리는 첫 개인전이다. 1959년도 초기작부터 2008년도 후기작까지 대표작 20여 점을 선보이는 이번 전시를 통해 시기별 당대의 시대성을 담은 작업들을 선보이고, 끊임없이 형식적 실험을 지속한 이성자의 예술성과 그 미적 여정을 살피고자 한다. 《이성자: 지구 저편으로》는 전 국립현대미술관 관장직을 역임하고 현재 독립 큐레이터 및 평론가로 활동 중인 바르토메우 마리(Bartomeu Marí)가 기획했다. “전세계의 미술 관객들은 주변 환경, 세상, 우주를 개인과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해석해 내는 작가를 보게 될 것이다. 여성 작가들이 전통적으로 배제당하고 저평가된 가운데, 회화라는 매체가 표현과 공유의 서사에서 어떤 역할을 차지하는지 확인할 수 있는 자리가 될 것이다. 또한, 이성자의 작품세계가 세계 미술계에서 새롭게 발견되었을 때 한국의 근현대미술사는 더욱 풍성해질 것이다.”라고 전했다. 탄생 100주년이 지난 현시점에 이성자의 한평생을 아우르는 화업 연대기를 밀도 있게 담고, 무려 70년 전부터 동서양을 초월한 그의 독창적인 회화 언어를 세계적인 무대인 베니스비엔날레에서 선보이는 의미 있는 전시이다. 고향인 한국과 인생의 반 이상을 보낸 프랑스에서도 각국의 주요 근현대미술사 흐름에서 벗어난 독립적이고 독창적인 작품세계를 구축하며, 미술 안팎으로 ‘타자(他者)’의 여생을 보낸 이성자는 올해 베니스비엔날레 본전시의 제목 《Stranieri Ovunque - Foreigners Everywhere》의 의미인 ‘외국인은 어디에나 있다’와도 긴밀한 연관성을 갖는다.
1951년, 한국전쟁 당시 세계 미술의 중심지였던 파리로 떠난 이성자는 프랑스에서 60여 년을 전업 작가로 활약했다. 사랑하는 세 아들과 생이별을 해야했던 슬픈 개인사를 극복하기 위해, 1953년에 삼십 대 중반이라는 적지 않은 나이에 비전공자로 입학한 파리 그랑드 쇼미에르 아카데미(Académie de la Grande Chaumière)에서 처음으로 미술이라는 시각적 언어를 접한 그는 당시 유럽의 근대 미술을 빠르게 흡수한다. 시대적인 풍경, 이데올로기를 화면에 담아야 한다는 그 시기 작가들의 숙명에 구애받지 않고 이성자는 독자적인 작업 세계를 추구하기 시작한다. 결연한 의지와 넘치는 창의력을 바탕으로 회화와 목판화, 조각, 세라믹, 태피스트리, 모자이크, 시화집 등을 제작하고 여러 공공기관에 작품을 남겼다.
1950년대 중반부터 작가는 자신의 작업을 총 9가지의 명확한 주제로 구분한다. 그랑드 쇼미에르 아카데미 수업의 영향으로 단단한 구성과 개인적인 경험을 반영한 ‘구상’(1954-1956); 1956년 암스테르담으로의 여행을 기점으로 아카데미에서 학습한 관습을 탈피하려는 시도로 재현의 대상을 점, 선, 면으로 대체한 ‘추상’(1957-1960); 그리고 점묘법과 유사한 방식으로 짧고 굵은 선의 채도 높은 유채를 겹겹이 쌓아 올려 마치 화문석 돗자리를 직조하듯, 혹은 대지를 경작하듯 화면에 강한 생명력을 불어넣은 ‘여성과 대지’(1961-1968) 연작으로 파리 화단에서 호평을 받는다. 이 시기 연작은 그녀가 독학으로 터득한 목판화의 경험이 유화의 붓터치로 고안되며, 후기인상주의의 점묘법 화면에서 볼 수 없는 강렬한 유기체적 물성이 캔버스 화면에 발현된다. ‘여성과 대지’는 이성자의 초기 조형 언어를 가장 핵심적으로 보여주는 일련의 작업으로 만리타국에서 고국, 세 아들, 그리고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이 담긴 개인적인 서사를 품는다. 이러한 서사는 〈내가 아는 어머니〉(1962), 〈감미로운 햇살〉(1963), 〈오작교〉(1965)와 같은 작품의 시적인 제목에서도 엿볼 수 있다. 따라서 그가 붙인 작품 제목은 단순한 제목의 기능을 넘어 함축적인 시구처럼 ‘작품의 연장’으로 확장된다.
작가의 주요한 세계관 중 하나인 ‘어머니로서의 대지’는 이후 연작들에서 지속적으로 회화의 중심축 역할을 한다. 1960년대 후반부터 본격적으로 한국, 프랑스, 미국 등 대륙을 오갔던 이성자는 뉴욕, 워싱턴 D.C.와 같은 대도시를 경험한 바탕으로, 대지 위에 구축된 도시를 인공적인 에너지를 잉태한 장소로 해석하는 ‘중복’(重複; 1969-1971)과 ‘도시’(1972-1974) 연작을 남긴다. 1970년대, 작가는 ‘추상’ 연작 시기부터 활용하던 원의 형태를 쪼개진 듯한 오목하고 볼록한 두 반원으로 그리고, 이를 자연과 기계, 죽음과 생명, 동양과 서양, 한국과 프랑스 등 상반된 요소들을 결합하는 음양의 기호로 표현한다. 작가는 이 표상을 이후 ‘음과 양, 초월’(1975-1976), ‘자연’(1977-1979) 시기에 적극 활용하며 잠시나마 현실 세계의 대지, 도시로부터 초월적 시간으로 시선을 돌려 그간의 여정을 되돌아본다. 자연을 향한 경외감과 더불어 한국 전통 태극 문양에 뿌리내린 음양 모티브를 프랑스에서 익힌 서양화 기법과 형식에 담아내는 특유의 추상화 화면을 지속해서 탐구한다.
한국과 유럽의 격동하는 근현대사와 남성 중심의 화단에서의 차별을 피부로 경험한 작가에게 시공간의 초월이란 개념은 ‘상반되는 요소들의 결합’에서 더 나아가 유토피아적 세계를 구축하기 위한 촉매제가 된다. ‘지구 반대편으로 가는 길’(1980-1994)은 작가가 프랑스에서 한국으로 가는 비행기에서 내려다본 알래스카의 풍경에서부터 시작하여 지구 정반대 편에 위치한, 그의 인생에서 주요한 두 국가 사이를 오가는 행적을 그려낸 일종의 회고록이자 일기장이라 할 수 있다. 프랑스 남쪽 지방 투레트(Tourrettes)에 거주할 당시 이성자는 하늘의 바깥, 대지와 지구를 초월한 세계 ‘우주’(1995-2008) 연작을 작업한다. 밤하늘의 별들을 바라보며 작가는 한국과 프랑스라는 땅과 영토의 한계, 더 나아가서는 여성 작가로 그녀를 옭아매는 한계에서 벗어나 보다 초월적이고 자유로운 우주의 풍경을 담아낸다.
한국 근현대미술사에서 이성자는 1세대 여성 추상 화가로 평가된다. 이성자의 섬세함, 예민함, 용기, 그리고 천성적인 소통 능력은 파리 미술계와의 적극적인 교류로 이어지며 남성 중심의 세계 미술사에서 누락된 부분을 보완하는 예술 세계를 구축했다. 한국에서 단색화와 민중미술, 서구에서 추상미술이 주요한 동향이던 시기에 이성자는 동서양의 근현대미술 동향의 특징을 동시에 아우르며 동서양이라는 이분법적인 세계를 융합하고 합일하는 독특한 조형 언어를 구축한 작가이다. 또한, 인터넷이 공용화 되기 한참 전부터 동양의 음양론을 국경의 경계 너머의 관객에게 사유하도록 이끈 역사적인 미술가이다. 음과 양, 동양과 서양, 하늘과 땅 등의 이분법적 관계를 융합적으로 표현하고, 인류와 자연의 합일을 추구했으며, 나아가 지구 바깥의 우주의 풍경을 화면 안에 담아 숭고하고 초월적인 추상 화면을 완성했다. 일제강점기와 한국 전쟁을 경험한 세대로 가부장적 사회의 부조리함을 몸서리치게 겪으면서도 ‘어머니’이면서 미술가로서의 비전을 담아내는 미학을 추구했으며, 삶과 예술이 조화된 작품 세계를 완성해 냈다.
작가에 관하여
이성자(1918-2009)는 동경짓센여자대학교(Jissen Women’s University)를 졸업하고, 파리 그랑드 쇼미에르 아카데미(Académie de la Grande Chaumiere)에서 미술을 공부했다. 본격적으로 미술 공부를 시작한 지 5년 만에, 이성자는 화가 앙리 고에츠(Henri Goetz)와 미술 비평가 조르주 부다유(Georges Boudaille)의 추천으로 1958년 파리에서의 첫 개인전을 라라뱅시 갤러리(Galerie Lara Vincy)에서 갖는다. 1975년 상파울로 비엔날레(13th Bienal de São Paulo)에 김환기, 남관, 이응노와 함께 한국 대표로 참가한다.
이성자는 갤러리현대, 서울(1974-2018 사이 9회); 국립현대미술관 경복궁관, 서울(1970); 덕수궁관, 서울(1978); 과천관(1988, 2018); 경남도립미술관, 창원(2008); 에스파스 피에르 가르댕, 파리(Espace Pierre Cardin; 2001); 시타델 미술관, 빌프랑슈쉬르메르(Musée de la Citadelle; 1999); 국제통화기금, 워싱턴 D.C.(International Monetary Fund; 1997); 주프랑스 한국문화원, 파리(Centre Culturel Coréen en France; 1996); 자크 마타라소 서점 화랑, 니스(Librairie Galerie Laure Matarasso; 1991); 니스 미술관, 니스(Musée des Beaux-Arts de Nice; 1988); LA 한국문화원, 로스앤젤레스(Korean Cultural Center, Los Angeles; 1986); 유네스코, 파리(UNESCO, United Nations Educational, Scientific and Cultural Organization; 1984); 세이부 화랑, 동경(Seibu Gallery; 1969); 샤르팡티에 갤러리, 파리(Galerie Charpentier; 1964) 등 세계 유수 기관 및 갤러리에서 개인전을 선보였으며, 2018년 국립현대미술관 이성자의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며 회고전 《이성자: 지구 반대편으로 가는 길》이 열렸다. 그밖에 살롱 드 콩파레종, 파리 미술관, 파리(Salon de Comparaison, Musée d’Art modern de la ville de Paris); 보르도 미술관, 보르도(Bordeaux Museum of Fine Arts); 살롱 드 메, 파리 미술관, 파리(Salon de Mai, Musée d’Art modern de la ville de Paris); 에콜 드 파리, 파리(École de Paris); 국립현대미술관 경복궁관, 덕수궁관, 과천관; 샤또 메리 드 투레트, 투레트(Château-Mairie de Tourrettes sur Loup); 살롱 도톤느, 그랑팔레, 파리(Salon d’Automne); 앙드레 말로 문화회관, 랭스(Maison de la Culture André Malraux); 서울시립미술관, 서울; 갤러리현대, 서울; 시테 앵테르나시오날 데 자르, 파리(Cité Internationale des Arts); 에스파스 에펠 브랜리, 파리(Espace Eiffel Branly); 리케 갤러리-미술관, 베지에(Espace Riquet); 파리 시립 근대 미술관, 파리(Musèe d’Art Moderne de Paris); 그랑 팔레, 파리(Grand Palais); 프랑스 국립도서관, 파리(Bibliothèque nationale de France); 보로스 현대 미술관, 보로스(Borås Art Museum); 리에주 시립미술관, 리에주(Palais des beaux-arts de Liège); 생테티엔 현대미술관, 생테티엔(Musée d’art modern et contemporain Saint-Etienne), 도쿄국립근대미술관, 도쿄(The National Museum of Modern Art, Tokyo); 아이치현 미술관, 나고야(Aichi Prefectural Museum of Art); 이와테 현립미술관, 모리오카(Iwate Museum of Art); 국립국제미술관, 오사카(The National Museum of Art, Osaka); 리예카 현대미술관, 리예카(Museum of Modern and Contemporary Art Rijeka) 등에서 기획된 그룹전에 참여했다. 그는 생전 약 80회의 개인전과 300회의 그룹전을 개최했다.
이성자는 1991년 프랑스 정부 문화예술공로훈장(Chevalier)을 수상하였고, 2002년에는 프랑스 정부 문화예술공로훈장(Officier)을 수상하였다. 그리고 2009년에는제 10회 한불문화상과 대한민국 문화관광부가 수여하는 문화훈장을 받았다. 그의 작품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리움미술관, 서울; 호암미술관, 용인; 금호미술관 서울; 아트선재센터, 서울; 프랑스 국립도서관, 파리(Bibliothèque nationale de France); 조르주 퐁피두 센터, 파리(Centre Pompidou); 보자르 미술관, 낭트(Musée d’arts de Nantes); 파리국립조형미술센터, 파리(Centre national des arts plastiques); 생테티엔 현대미술관, 생테티엔(Musée d’art modern et contemporain Saint-Etienne); 그리말디 성 박물관, 카뉴쉬르메르(Chǎteau-musée Grimaldi); 마넬리 도자기미술관, 발라루이스(Musée Magnelli, Musée de la céramique); 이시레물리노 미디아테크, 이시레물리노(Médiathèques d'Issy-les-Moulineaux); 파리 시립 근대미술관, 파리(Musée d’Art Moderne de Paris) 등에 소장되어 있다.
바르토메우 마리 (Bartomeu Marí)
바르토메우 마리는 스페인 출신 독립 큐레이터이자 평론가다. 브뤼셀의 건축재단(Fondation pour l’Architecture)와 발렌시아의 훌리오 골잘레스 센터(IVAM-Centre Julio González)에서 큐레이터직을 시작으로, 로테르담 위트 드 위드, 현대미술센터(Witte de With, Centre for Contemporary Art), 산세바스티안 현대국제문화센터(Centro Internacional de Cultura Contemporánea)의 디렉터를 역임하고 2008년부터 2015년까지 바르셀로나 현대미술관(Museum of Contemporary Art in Barcelona)의 수석 큐레이터와 관장을 맡았다. 2015년부터 2018년까지 국립현대미술관장을 역임하며 이성자의 탄생 100주년 기념 회고전 《이성자: 지구 반대편으로 가는 길》을 열었다. 2002년 타이베이 비엔날레에서는 왕가기(王嘉骥)와 함께 공동큐레이터를, 2005년에는 제51회 베니스비엔날레 스페인 국가관 큐레이터를 맡기도 했다. 이 외 로렌스 위너(Lawrence Weiner), 프란시스 피카비아(Francis Picabia), 리타 맥브라이드(Rita McBride), 마르셀 브로타에스(Marcel Broodthaers), 조안 조나스(Joan Jonas), 프란시스 알리스(Francis Alÿs), 존 발데사리(John Baldessari) 등 근현대미술가들의 전시를 기획했다.
한국근현대미술연구재단 KoRICA (Korean Research Institute of Contemporary Art)
2021년에 설립된 (재)한국근현대미술연구재단은 한국 미술의 미술사적 가치를 조명하고 한국 미술과 세계 미술의 맥락을 연결한다. 한국 미술의 역사는 20세기를 지나며 시대정신을 미술작품으로 남긴 예술사의 서사로 가득하다. 한국 작가들은 전세계 인류가 공통적으로 지향했던 가치를 공유하면서도 한민족만의 역사 속에 전승되어 온 자생적, 내재적 전통을 미학적 시선을 통해 남긴 작품들을 국제적으로 알리고자 한다. 주요 사업으로 한국 작가의 국제 교류 지원, 한국의 근현대미술 관련 아카이빙, 연구 공모, 미술관 위탁 경영을 진행하고 있으며, 2024년 2월에 강릉 솔올미술관을 개관하여 ‘우리 미술과 세계 미술을 연결하는 미술관’의 역할을 하고자 한다.
이성자 기념사업회
이성자의 작고연도 바로 다음 해인 2010년에 작가의 삼남이자 작가의 생전 판화 카탈로그레조네 발간, 작품의 디지털 아카이브 설립 및 관련 서적들의 출간에 기여한 신용극 유로통상 회장이 이성자 기념사업회를 설립했다. 이성자 기념사업회는 故 이성자 화백의 예술과 삶을 널리 기리기 위해 꾸준한 연구를 통해 그의 예술 업적을 재조명하는 한편, 이성자 화백의 작품과 자료 수집 등 아카이빙 작업을 체계적으로 관리함으로써 문화예술 발전에 기여하고자 한다.
갤러리현대
1970년 4월 4일, 인사동에 ‘현대화랑’으로 첫발을 내디딘 갤러리현대는 고서화 위주의 화랑가에 현대미술을 선보이는 파격적 행보이며 미술계 흐름을 선도해 왔다. 이제는 ‘국민화가’로 평가받는 이중섭과 박수근의 작품이 갤러리현대를 통해 세상에 빛을 보았고, 김환기, 유영국, 윤형근, 김창열, 박서보, 정상화, 이우환, 이성자 등 추상 미술의 거장과 함께 전시를 개최하며 단색화 열풍이 일기 오래전부터 추상미술의 저변 확대에 기여했다. 1980년대 이후 국제 미술계의 흐름에 발맞춰 호안 미로, 마르크 샤갈, 장-미셸 바스키아, 크리스토 부부 등 해외 거장의 미술관급 전시를 열며 미술계 안팎의 화제를 모았고, 1987년부터 한국 갤러리 최초로 해외 아트페어인 시카고 아트페어에 참가하여 한국 미술을 해외 무대에 소개하는 선구적 역할을 했다. 백남준의 퍼포먼스와 비디오 아트를 비롯해, 곽인식, 이승택, 박현기, 이강소, 이건용, 성능경 등 한국의 실험미술을 주도한 작가들의 작품도 갤러리현대를 통해 많은 관객들과 만났다. 이 밖에 김민정, 도윤희, 정주영, 문경원, 전준호, 김아영, 이슬기, 이진한, 박민준, 양정욱, 김성윤, 이강승 등 동시대 미술을 이끄는 중견 및 신진 작가를 지속해서 발굴 및 소개하고 있다. 각각 1973년과 1988년 창간된 미술전문지 『화랑』과 『현대미술』은 한국의 동시대 아트씬을 생생하게 기록한 자료로 남아 있다. 서울 삼청로에 갤러리현대와 현대화랑이라는 두 전시장 이외에, 뉴욕 트라이베카 지역에 한국 미술을 알리는 플랫폼인 쇼룸도 운영 중이다.